이우환 공간

2016.09.28(수)

부산시립미술관 별관



하얀 바탕의 커다란 캔버스에 하나, 둘, 많아야 서너 개의 점이 그려진다. 조용히 이 점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점(들)은 캔버스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떨어져 나오며 공간에 울림을 만든다. 어느 순간 이 점(들)보다는 공간의 울림에 집중하게 된다. 이러한 공간의 체험은 비어있음이 아니라, 오히려 공간의 풍요로움과 자유로움을 느낀다. 공간의 울림으로 인해 열리는 새로운 장소, 즉 "여백현상"(이우환)을 경험한다.

이러한 이우환의 회화에서는 '절제, 윤리, 숭고'라는 서로 다른 개념이, 마치 한 개념의 세 가지 차원처럼 연결된다. 우선, 그는 방법론적으로 엄격히 절제된 표현을 통해, 작가의 개입, 즉 '자아'를 최소화하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그래서 그의 회화에서는 '그려진 부분' 보다 '그려지지 않은 부분'(그려질 수 없는 것)이 많다. 작가의 행위를 포함하여 각각의 마티에르가 서로의 영향을 자제하고 공간을 양보함으로써, 캔버스, 붓, 숨결, 행위 등이 각각 공존할 수 있게 된다. 여러 요소가 모여서 서로 공존함으로써 관계가 발생되고, 바로 이러한 관계 속에서 표현이 생성된다.

이우환은 이 관계가 "윤리적인 발상"에서 근거된다고 말한다: "윤리란 주변과 남과의 관계에서 어떤 예의라든가 규범이라는 것이 생겨나기에, 어떨 때 윤리성 혹은 도덕성이 나타나는지 알기 쉽다. 즉, 남과의 관계가 어떻게 맺어지는가? 서로가 '예의'를 지키고 있는지 아닌지에서 오는 것이 윤리다. 이 윤리성은 숭고성과도 관련된다."

이우환에게 있어서 '절제적'이라는 방법론적 차원은, '윤리적'이라는 관계론적 의미와 연결되고, '숭고성' 혹은 '영원성'이라는 미적, 초월적 차원으로 인도된다.


_심은록 (미술비평가)






관계항-좁은 문, 2015

철판, 자연석

철판-200×320×3cm (4pcs), 자연석-100×100×100(h)cm 이내 (4pcs)

© Busan Metropolitan city




관계항-침묵 B, 1983/2015

자연석, 철판

철판-270×220×1.5cm, 자연석-80×80×90(h)cm 이내

© Busan Metropolitan city




점으로부터, 1974

캔버스에 혼합안료

227×181.5×3.5cm

© Busan Metropolitan city




바람과 함께, 1988

캔버스에 혼합안료

227×181.5×3.5cm

© Busan Metropolitan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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