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컨텐츠에서 88년이 가지는 시대적 의미란 정말 어마어마한 것 같다. 레트로와 향수가 절묘하게 공존하는 가깝고도 먼 그때 그 시절. 고작 30여 년 전인데도 거의 180도 변한 시대상을 보고 있으면 심화된 세대 갈등이 이해가 된달까. 배경이 배경이니 만큼 드라마 상에서 기본적으로 '미스윤'이나 여타 여성 캐릭터들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불쾌감은 역시 어쩔 수가 없나 보다. 리얼감 넘치는 꼰대미에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면서 내가 살아가는 2020년이 여성에 대한 대우가 그나마 나아진 거라는 사실에 자조했다.

 

그럼에도 사건의 탁월한 로컬라이징,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 88년이라는 배경의 적절한 활용과 함께 강계장-한태주-윤순경 세 사람의 3박자가 잘 어우러져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박성웅과 고아성은 서로 다른 의미로 쌍팔년도 감성을 뽐내는데 이들의 존재감이 88년 그 시절을 살아가고 있는 듯한 기분을 맛보게 한다. 무거운 주제와 유쾌한 분위기를 적절히 넘나들면서 리메이크작이 마땅히 갖춰야 할 재해석의 범주 또한 훌륭히 충족시켰다고 본다.

 

다만 개별 에피소드의 짜임새, 서부경찰서 강력 3반의 케미는 흥미진진한데 아버지-김현석-안과장으로 주요 인물이 전개될수록 극의 활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빈번하게 등장하는 한태주의 방황하는 씬들도 너무 작위적이고 지루했다(치직치직- 삐빅- 소리만 나오면 자동으로 스킵) 김현석 형제 사연 만들어주는 것도 꼴보기 싫고. 아니, 왜 꼭 남성 범죄자는 유년기의 트라우마를 여성에 대한 분노와 살인으로 푸는지? 윤순경의 성장 서사도 고작 사건 현장에 동행하는 것에 그칠 뿐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은 열린 결말로 끝맺긴 했지만 드라마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무의식의 세계이자 또다른 시공간 mars에서 살아가기로 스스로 택한 한태주는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는 사람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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