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맞이해 옷장 정리를 하다가 기분전환 삼아 혼자만의 비우고 줄이는 프로젝트를 시작해봤다.

분명 이사를 할 때마다 종량제 봉투에 한가득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이 많은 짐 덩어리들은 어디서 생겨나는 건지.

정리의 기본은 큰 것에서 작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타입이라 먼저 방 한 켠을 차지하고 있던 운동기구를 당근마켓을 통해 해치웠다. 그리고 한동안 당근마켓에 집 안 살림살이를 팔아먹는 소소한 재미에 빠져 졸업 이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복합기, 전자사전부터 헤어 스타일러, 자수용 실 세트까지 알차게 비워냈다. 쓰지도 않을 물건들을 창고에 쌓아둘 바에야 적은 금액이라도 필요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게 훨씬 좋겠지.

다음은 옷 / 화장품 / 책 / 잡화(여기서부터 나의 고난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일단 신입생 때 입었던 짧은 치마나 잠옷용으로 입는다며 버리지 않았던 티셔츠, 유행 지난 옷들은 모두 의류수거함으로, 크고 무거워 잘 사용하지 않는 가죽 가방과 화려한 무늬의 양산은 이모에게 넘겨드렸다.

비워내기를 가장 많이 실행한 품목은 화장품인데, 여행이나 짧은 숙박에 사용하기 위해 모아뒀던 화장품 샘플은 얼마나 많이 버렸는지 모르겠다. 특히 필름 형태의 샘플은 무려 4, 5년이나 기한이 지난 것들도 있어 아까운 마음 반, 질색하는 마음 반으로 전부 버렸다. 게다가 코를 찌르는 화학약품 냄새가 나는 매니큐어와 오래되어 찐득한 립틴트, 대용량으로 사서 조금씩 남아있는 클렌징 제품들은 마스크를 하고 처리했을 정도였다. 앞으로 다시는 1+1과 대용량의 속임수에 속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다음 단계로.

사실 여기서부터는 완전히 비워내지 못해 다소 아쉽지만 어느 정도의 계획을 일단 세웠다. 먼저 전혀 비워내지 못한 책 가운데 소설과 같은 장르는 앞으로 가급적이면 이북으로 구매하고, 취향과 맞지 않는 몇몇 책들은 중고서점에 되팔 예정이다.

그리고 온갖 잡동사니가 모여있는 서랍을 정리할 때면 의도치 않게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된다. 어째서 나는 매번 예쁜 쓰레기들을 비워내고도 멍청하게 다시 사다 모으는 걸까?하고. 사람이라면 최소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진 않아야 할 텐데. 어차피 매년 최대 3개월만 사용하는 다이어리는 만년으로 사서 계속해서 뒤이어 쓰고, 새로운 것 보다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을 알차게 사용하는 재미를 배워야 할 때이다. 무엇보다 더이상 내게 예쁜 쓰레기는 필요치 않다고 항상 되새기기.

 

 

마지막으로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건 아니지만 '맥시멀리스트'가 되지는 않겠다는 다짐으로 세운 목표

 

1. 견물생심(見物生心)

2. 어떠한 물건을 끝까지 완전하고 확실하게 사용하기

3. 하나를 사면 하나는 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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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YOUN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