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기술
2019.08.22(목)
부산현대미술관
완벽한 기술은 근대 산업혁명 이후 4차 산업혁명이 예견되는 오늘날의 혁신적인 기술변화와 그 변화의 원리가 우리 사회 속에서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살피는 전시다. 더불어, 변화하는 기술혁신과 조정되어 가는 세계 운영에 대한 동시대예술가들의 예술적 실천을 주목하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구조화된 현실에 대한 비판적 통찰을 살피고자 한다.
생산력의 증대에서부터 우주여행을 실현 가능하게 한 오늘날 기술 문명의 눈부신 발전은 역사적으로 획득된 성과의 총체라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기술의 변화와 변화되는 기술이 운용되는 과정 사이에서 인간은 다방면으로의 분리와 소외 현상을 경험해왔고 장기적인 불평등과 예속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자본주의 체재 내에서 점점 더 복잡해지는 기술 변화와 그 운용과정은 그러한 모순을 점차 감지하거나 인식하기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부정성을 용의주도하게 은폐하며 기술 발전의 궁극적인 목표 중의 하나라 여겨지는 인간의 '자기실현' 혹은 '인간 해방'을 방해해 온 측면이 있다. 예컨대, 생산력 증대, 도시건설, 우주탐험 등은 자연 지배의 기술적 진보라는 눈부신 발전의 산물이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력 착취, 불평등, 전쟁, 재난, 난민 문제와 같은 기술 발전 속의 사회적 퇴보가 자리한다. 더욱이 이러한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나아지거나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가속화되어 가는 듯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완벽한 기술은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오늘날의 기술은 인간 해방을 위해 혁신 되고 있는가? 기술 발전의 산물은 모든 인류에 평등하게 전유/적용되고 있는가? 전시 제목으로 채택된 '완벽한 기술'은 인간 이성을 통해 궁극적으로 인간 해방과 인류의 자기실현의 과제를 실현하게 될 세계의 조건임을 은유하지만 한편으로 자본의 욕망을 향해 돌진하며 인류의 자기소외로 나아가려는 자본주의 세계의 절대적 수단이 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 줄리앙 프레비유
줄리앙 프레비유는 현대 산업사회가 어떻게 인간의 행동을 규정하고 사유화하는지, 그것이 어떻게 무임금 노동과 연관되어 있는지를 주목하며, 정치, 경제, 과학기술과 문화 산업 등 다방면에 걸친 섬세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영상, 설치, 퍼포먼스, 출판 등 다양한 작업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내 (깊은) 마음은 어디에?>는 원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를 연상시킨다. 작품에 등장하는 네 명의 퍼포머는 인공지능의 학습 과정을 다양한 몸짓으로 재현한다. 퍼포모들은 달리기, 장애물 피하기, 공놀이, 복싱 등 스포츠 경기를 일종의 코드화된 제스처로 수행하는데, 이는 농담, 속임수를 포함한 대화 능력을 기반으로 협상 과정을 익히는 중에 발생하는 인공지능의 오류와 연결된다. 작품 후반부에 언급되고 있는 디지털 보조원 M은 많은 기술 회사들이 제공하고 있는 디지털 노동의 상징이다. GAFA를 비롯하여, 소규모 신생기업은 근로자에게 나중에 그를 대체하고 해고할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한 저임금 노동을 제안한다. 자동화 시스템,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에 은폐된 모순 구조는 디지털 관련 근로자와 컴퓨터 프로그램의 기이한 혼합이 내포하고 있는 "자기 해고를 위한 노동" 속에서 교묘히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