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2019.07.05(금) 17:00~19:21

★★


잘 만든 영화가 꼭 좋은 영화가 될 수 없다는 걸 여실히 드러내는 작품. 끊임없는 상승과 하강컷, 우아한 클래식 선율과 대비되는 기생충들의 삶, 급격하게 반전되는 분위기와 긴박한 전개, 수미상관을 이루는 엔딩까지 테크닉적으로는 분명히 잘 만든 영화이지만 부르주아가 아닌 프롤레타리아 계급으로서는 영화를 보는 내내 어쩔 수 없는 찝찝함과 기분 더러운 감정에서 도저히 자유로울 수 없었다. 영화는 가난한 자에게 정형화된 이미지를 부여하고는 거친 말투와 폭력적인 행동을 근거로 삼아 하층 계급은 게으르고 탐욕스러울 뿐만 아니라 거짓을 일삼는 것이 당연하다고 계속해서 주입한다. 정교한 사전 작업과 눈속임으로 교묘하게 쌓아올린 영화적 리듬감 속에서 뒤틀린 사회 시스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가난한 자는 정신 나간 가해자로, 부유한 자는 불쌍한 피해자로 역전된 피날레는 그저 역겹기만 하다. 오히려 타국의 영화였다면 풍자니 해학이라고 떠들어 댈 수 있었겠지만 빌어먹게도 내가 발붙이고 살아가는 현실이 바로 이곳이라 그러한 작태를 외면할 수도 관망할 수도 없다. 그래, 나는 기생충이야 하고 호쾌하게 웃어넘기며 블랙코미디를 즐길 수 있는 시리어스한 사람이 되지 못해 미안하네. 그리고 이 영화의 시작 장면이 자칭 문화의 선도주자라는 CJ 마크로 시작하는 게 코미디가 따로 없다. 결국 기생충들의 관람료는 고스란히 상류층들에게 돌아가고 그들은 고고하게 위에서 내려다보며 또다시 '가난'이라는 소재를 계속해서 상품화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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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YOUN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