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과 함께 친숙해진 내 책들의 현명과 광기여, 당신들의 자리는 여전히 이곳이다. 다른 어느 곳도 될 수 없다. 모래 한가운데다. 여전히 죽기를 원치 않고서 내가 눕는, 종종 내 두 손을 공허에 열어두는 그곳이다.

메마른 왕국에서 만난 전복의 예언가들, 당신들이 내 세월을 당신들의 금언으로 채웠고, 나의 하늘을 추근추근 당신들의 질문으로 걸렀으며, 또 나의 확신을 당신들의 족적 아래 파묻은 것이다.

그가 적었다. "우주란 한 권의 책으로, 한 장 한 장이 매일이다. 네가 그곳에서 읽는 것이란 한 장의 빛이요 ―각성이요― 그리고 어둠이요 ―잠이요, ―여명과 망각의 단어다."

사막은 결코 책을 갖지 못한다.




모래에게 바쳐진, 닮음의 책의 세 가지 '서평 의뢰서'


모래의 삶과 죽음은 모두 시간으로부터 해방된 낮과 밤의 다가옴와 같은 것으로, 이때 사막은 요람이자 최후의 침대다.


닮음으로 인해 모래는 살아가고, 알록달록한 제 공허로 인해 죽는다.


모래알과 모래알의 닮음은 아마도 추락할 순간 거울의 파편들과, 수천 년 전부터 깨져 있는 거울의 파편들 사이의 닮음이리라.


오직 포기의 대가로만 닮음이 있을 따름이다.




열쇠-말, 생각을 통한 존재의 창조와 파괴


그가 적었다. "분명 창공azur의 단어는 하늘ciel의 단어를 환기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드러내지는 않는다. 반대로 공허vide의 단어는 가능하리라.

이렇게 쓴다면 어떨까, 어둠이 되기 전, 내 영혼의 공백은 푸르렀다. 나는 오직 이 문장으로, 하늘의 온 영역을 뒤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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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YOUN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