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쥴 앤 짐 ★★★★ 60년대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리듬감을 가진 영화. 어느 시대든 청춘들은 저마다의 낭만과 고뇌를 지니고 있기 마련이지. 세 사람은 각자 어째서인지 내게 베르테르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었다. 카트린은 죽음을 통해 대가를 치르고 원점으로 돌아가길 바랐고, 짐은 이를 받아들였으며 쥴은 그들을 지켜보았다.

2. 리바이어던 ★★★★ 서로가 서로를 삼키는 권력의 아이러니 속에서도 가장 약자가 릴랴라는 사실은 내게 심연과도 같은 어둠을 맛보게 한다. 예정된 결말 속에서 신의 의미란 무엇인가를 묻는 나약한 인간들에게 국가는 냉정하고 단호한 어투로 법을 집행해 나갈 뿐이다. 거짓이 진리가 되는 순간을, 진리가 거짓이 되는 순간을 우리는 너무나도 많이 지켜봐왔다. <하느님, 그리고 진리와 주님의 사랑이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모순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3.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 타란티노의 명성에 비해 다소 실망스러웠던 작품.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기대했으나 인물들은 모두 평면적이고 엔딩으로 흘러갈수록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희화화된 살육은 지나치게 가벼운 나머지 인간 존재를 마치 인형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이 영화에서 챕터 1만 따로 떼어내고 싶다.

4. 올드보이 ★★★★☆ 훌륭한 작품은 개인의 일관된 취향마저도 무력화시킨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영화 전반에 흐르는 매력적인 bgm과 특유의 절제된 화면구도. 앞으로 만나게 될 박찬욱 감독의 작품세계가 기대된다.

5. 원더풀 라이프 ★★★ 전작인 환상의 빛과 이어지는 죽음과 인생에 대한 질문, 그리고 귓가에 울려퍼지는 소리의 잔상들. 고레에다 감독의 첫 각본 작품인 만큼 영화라는 예술을 대하는 태도가 잘 드러난다. 다만 설정 자체는 좋았으나 매끄럽지 못한 서사구조로 인해 다듬어지지 않은 습작 느낌이 강했다. 특히 후반부 모치즈키의 선택에 대한 설득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6. 피아노 ★★★★ 남성과 여성, 정착자와 원주민 간의 권력관계의 유사성이 인상적이었다. 에이다에게 있어서 피아노란 표현의 도구이자 욕망의 발현 장치, 혹은 그녀 자신이었겠지. 특별할 것 없는 스토리 구성을 우아하게 장악하는 피아노 선율과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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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YOUN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