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에 기록한 영화가 500편이 넘었음에도 예상별점과 실제평가의 간극이 엄청나서

이번에 도서 카테고리 업데이트 되고 나서 영화 평가를 갈아엎었다

생각해보면 드라마나 책은 최근 2년 간 본 것들만 기록했는데 영화는 뭐하러 아주 오래전에 본 것들까지 기록해뒀던 걸까

새로이 별점을 매기면서 알게 된 사실은 나의 관심사가 꽤나 뚜렷하고 확고하게 변해왔다는 사실이었는데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지금 내게 울림을 주는 메시지들도 흐릿하게 변질되어 버릴까 두려워졌다

언제쯤이면 '절대적인 나만의 취향'이라는 걸 확립할 수 있을까

 

 

 

 

 

이성복 시인의 시집을 읽지도 않은 주제에 시론집부터 먼저 집어들었다

내게 있어서 '시'란 이전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발자취였고

이성복 시인을 비롯한 최승자, 기형도와 같은 동시대 시인들은 선뜻 다가가기 힘든 존재였다

시라는 건 연약한 언어로 직조되어 내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어려운 무언가

무던히 그들의 말을 곱씹는다면 조금은 그 깊이를 느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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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이미지에는 많은 감정들이 달라붙지만, 하나의 감정에는 하나의 이미지밖에 붙어 있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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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은 뒤, 친구 만난 뒤 왜 허전할까요? 자기와 맞닥뜨리기 때문이지요. 바로 이때가 시가 올라오는 순간이에요. 피하려 들지 말고 마주 보세요. 그러면 따라오던 개도 안 짖어요. 조금은 불편한 자리가 사실은 제일 편한 자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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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경계로 이쪽과 저쪽이 생기는데, 저쪽으로 가려고 창문을 부수면 저쪽도 없어져요. 아무리 가까워도 끝내 닿을 수 없는 것, 그것을 생각하면서 아직 설렘이 있다는 것, 그것을 저버리고 그냥 이 자리에 주저앉지는 않겠다는 것, 시적으로 산다는 것은 그런 것 아닐까 해요.

 

 

 

 

 

 

요즘같이 다양한 콘텐츠의 바다에서 나와 주파수가 맞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일은

마치 흙더미에서 보물을 찾아낸 것 만큼 기쁜 일이다

일상생활에서의 빈 시간을 알차고 유익하게 채워주는 팟캐스트와 유튜브 채널

이에 더해 문득 찾아오는 공허함과 외로움을 물리칠 수 있는 적절한 치료제 역할도 겸해주고 있다

 

 

 

 

 

 

처음 티스토리로 블로그를 옮길 때만 하더라도 다음과 카카오의 통합으로

어느 순간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는 건 아니겠지, 하고 조마조마 했었는데 이번 개편으로 완전히 마음을 놓았다

네이버의 광고쟁이에 신물이 났거나 홀로 조용하게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티스토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이웃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도, 고독한 섬처럼 홀로 떨어져 방문이 여의치 않아도

가끔 지나가다가 들르는 누군가와 블로그에 대한 스스로의 애정만 있다면 이미 존재의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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