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빛 (幻の光)

2016.07.13(수) 12:45~14:45

롯데시네마 광복

★★★★


빗소리, 전차 소리, 방울소리, 풀벌레 소리, 파도소리, 바람소리. 잔잔한 화면 속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들이 나의 눈과 귀와 마음을 사로잡았다. 가끔 스토리보다 장면 장면이 더 인상적인 영화가 있는데 '환상의 빛'이 바로 그런 영화였다. 장례를 뒤따르던 그림자들의 움직임, 넓은 하늘 아래 쓸쓸한 풍경, 남은 자들의 슬픔에 대한 잔상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비록 유미코의 외침은 허공에서 부서져 내릴 뿐이겠지만 우리들은 답을 구할 수 없는 질문을 마음 속에 간직한 채 그저 묵묵히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니까. 때때로 멈춰서고 뒤돌아서면서도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유미코가 종종 미소짓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47
MYOYOUN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