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검사, 라는 인물 소개에서 자연스럽게 연상된 이미지는 타인과 스스로에게 차가운 냉혈한이었지만 비밀의 숲에서 그려진 황검사는 부드러운 무관심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같은 캐릭터 형성에는 배우 조승우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는데 온화한 카리스마와 특유의 소년 같은 천진난만함이 더해져 황검사라는 캐릭터가 더욱 다면적인 인물로 보이게 했다. 연기천재 조승우!!
드라마가 전개되는 동안 모든 인물들이 얽히고 얽힌 거미줄 같은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느라 바빴는데 바로 이같은 모습이 타이틀인 '비밀의 숲'에 가장 들어맞는 장치였던 것 같다. 서늘한 숲 속 어둠에 몸을 숨긴 채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비밀의 잔가지를 주워모아 각자의 진실을 추구하는 것. 하지만 수풀을 아무리 헤쳐도 흠집을 가리기 위한 장기짝이 뱀처럼 자꾸만 기어나올 뿐이다. 초반부에는 착실하게 이루어졌던 떡밥 회수가 중반부를 넘긴 이후에는 하도 뻗어나온 가지들이 많아서 중심을 이루는 뿌리가 되는 사건이 무엇이었는지 희미해져갈 지경에 이르렀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이 드라마가 전하고자 한 주제의식은 완전한 선도, 완전한 악도 없다는 사실이었겠지. 우리 사회에 대한 희망적인 태도나 모든 인물들에게 각자의 사연을 부여하는 전개방식은 다소 아쉬웠지만 특유의 정적인 분위기와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 담담한 대사들이 인상적이었다.
작품 내적인 스토리와는 별개로 장르물에서는 배우가 스포인 경우를 종종 접하곤 했는데 비밀의 숲에는 뻔하지 않은 신선한 얼굴들이 포진해 있어서 좋았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자신이 맡은 배역의 특성을 웬만큼 소화해줬는데 단 하나 아쉽다고 한다면 이경영 정도? 모든 사건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최종보스급인데 포스가 부족했다. 무엇보다 딕션이 real 쓰레기. 충무로에서 그렇게 소처럼 일하는데도 대사를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자막이 필요할 정도였음. 그리고 드라마에 러브라인이라고 할 만 한건 없지만 한경위나 영검과 묘한 기류를 주고받는 순간도 있었으나 사실 황검과의 케미는 3부장님이 최고였다ㅠㅠ 본의 아니게 기어오르는 부하 황검과 발끈하는 상사 3부장님 보는 게 이 드라마의 유일한 낙이었지. 다시 만날 특검에서도 황검-3부장님 영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