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액트 오브 킬링 ★★ 시대에 편승해 수치심도 느끼지 못했던 자들의 원맨show. 고작 악어의 눈물로 용서를 구하는 가증스럽고 역겨운 모습 따위를 보려고 그 긴 시간 동안 보고 있은 줄 아나.
2. 토리노의 말 ★★★★☆ 절대자 앞에서 인간은 결국 덧없이 사라질 흙먼지 같은 삶을 연명해 나갈 뿐인 존재가 아닐까. 다가오는 심판의 날을 눈앞에 두고 구원을 희망하기 보다는 체념하고 순응하는 자세에서 신의 종말과 더불어 영원회귀와 초인 사상을 설파한 니체의 철학을 되돌아보게 한다.
3. 미스터 노바디 ★★ 쉬운 말을 어렵게 하는 재주. 7년간의 시나리오 작업이 무색하게 구성적으로 어수선하고 난잡하다. 끝없이 뻗어나가는 공상과 영화적 완성도라는 균형 속에서 적당한 타협이 필요하다. 철학적 주제를 다뤘으나 중심을 잃은 채 허공을 부유한다.
4. 500일의 썸머 ★★★★ 썸머의 외로움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내게 찾아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톰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썸머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며 그저 불쌍하고 찌질했던 '나' 자신에 대한 연민으로 썸머를 추억할 것이다. 운명같은 사랑따윈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이 인정받길 원하는 핑계에 불과하다.
5. 가타카 ★★★☆ 차가운 디스토피아를 기대했더니 후반부의 뜬금없는 휴머니즘은 뭐지?? 스릴러나 로맨스적 요소보다는 빈센트와 제롬과의 관계나 우성인자와의 유전적 갈등에 치중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세기말 감성에 더욱 빛을 발하는 에단 호크와 주드 로의 미모가 놀라웠다.
6. 헝거 ★★★★ 그들의 역사에서 자꾸만 우리의 역사를 마주하게 된다. 살아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했고 죽음에 당면하여 겨우 한 줌의 자유를 되찾고 마치 피에타처럼 신성시 여겨지다니. 신념이나 투쟁을 떠나 삶이라는 게 참 개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