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도는 줄 알았는데
걔 옆에만 가면 난 그냥 들러리.
근데 만약에 내가 완전히 사라지고 걔가 된다면
그런 기회가 온다면 난 걔가 되기를 선택할까?
안하겠더라구요.
난 내가 여기서 좀만 더 괜찮아지길 바랬던거지,
걔가 되길 원한 건 아니었어요.
난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 되길 바래요, 여전히.
- 또! 오해영 3화 中 -
친구들에게 추천을 받아 하루 만에 4화까지 달릴 때만 하더라도 나는 또 오해영이 매년 봄이면 다시 보고 싶어질 인생 드라마 중의 하나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1, 2화에서 흥미와 몰입도 면에서 정점을 찍고는 회를 거듭할수록 전개에 대한 기대감이 꾸준히 하락하다가 최종화에 이르러선 ㅋㅋㅋㅋㅋ?? 모든 것이 해피엔딩이라고 드라마를 보던 시청자 또한 해피엔딩을 맞이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구. 이렇게 또 용두사미로 끝맺게 된 드라마가 하나 늘었습니다. 초반에는 예쁜 오해영에게 밀려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그냥 오해영의 감정선에 이입하며 '오해영' 그 자체로 사랑받는 모습이 그려지길 기대했는데 현실은 도를 넘어선 그들의 사랑 놀음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 드라마에서 정상적인 사고를 지닌 인물은 해영이 엄마와 팀장님 뿐이었어. 박도경과 오해영의 사랑 놀음에 이런저런 피해를 입게 된 그들의 주변 인물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개인적으로 또 오해영의 연장 소식을 듣고는 드라마를 연장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스토리가 처짐과 동시에 서브 캐릭터들의 비중이 늘어날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박수경-이진상 커플의 이야기가 자세히 다뤄지기 시작하면서 나의 동영상 넘기기 스킬만 점점 늘어만 갔고 14화 즈음부터는 어차피 곧 최종화니 지금까지 본 시간이 아까워서 혹은 의리로 봤던 것 같음.
그래도 tvN 특유의 색감과 봄이라는 계절이 더해져 오랜만에 달달한 케미의 분홍빛 로코를 봤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 박도경의 역할이 음향 감독이었던 만큼 여타 드라마와는 달리 전체적으로 소리에 신경을 많이 쓴 점도 신선했다. 그 때문인지 '꿈처럼'을 비롯한 OST들도 참 좋았고. 봄이 돌아올 때마다 드라마는 아니더라도 또 오해영의 OST들을 챙겨 들으며 박도경씨와 해영이를 떠올릴 것 같다.
그리고 또 오해영을 통해 접하게 된 서현진은 흐트러지고 망가져도 '말갛다'라는 단어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사랑스러운 배우였다. 어릴 적 봤던 애니메이션의 ost를 불렀던 밀크라는 그룹의 멤버와 동일 인물이라고는 생각지 못 했을 정도로 여배우 특유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어. 그리고 에릭도 내가 아는 미친자 그룹 신화의 리더가 맞나요?? 그 유명한 "어디서 타는 냄새 안나요"라는 대사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외 작품은 전혀 접한 적 없었는데 에릭이 아닌 문정혁은 로코에 너무나도 어울리는 눈빛을 지닌 배우였다. 시간이 난다면 두 배우가 이전에 주연을 맡은 식샤2나 연애의 발견을 볼까 하고 생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