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한국)

문학론|현암사|2014

★★★




1. 러시아 문학

러시아의 이중적인 정체성, 즉 지리적으로 아시아와 유럽에 걸쳐 있으며, 문화적으로도 유럽적인 것과 아시아적인 것이 섞여 있는 이중성을 보여주는 상징이 쌍두 독수리이다.

러시아 문학은 지식인 계급이었던 '인텔리겐치아'의 문학으로, 지식인이되 비판적 지식인을 말한다.



2. 푸슈킨 『예브게니 오네긴』 - 러시아 영혼의 정수

문학적 바탕 : 고전주의적 감각, 형식미에 대한 존중 +) 낭만주의 시대

문학의 태도 : 관례를 완전히 무시하고 배제하는 게 아니라 한편으로는 존중하되, 전적으로 존중하는 것은 아닌 식의 경쾌한 문학 정신

리얼리즘 (=진정한 낭만주의)

/렌스키가 시와 삶에 대한 열정을 대표한다면 오네긴은 그런 열정에서 한 걸음 물러나 앉은 권태를 대표합니다. 화자 푸슈킨은 그런 권태와 환멸을 넘어서 다시금 긍정의 단계에 도달합니다. 렌스키는 시를 쓰지만 오네긴은 시를 쓰지 않고, 푸슈킨은 다시 시를 씁니다. 시를 쓰지만 시를 쓰는 태도가 다릅니다. 렌스키는 약혼녀에게 읽어주기 위해서 시를 쓰지요. 그러나 정작 약혼녀인 올가는 렌스키의 시에 관심이 없습니다.  둘이 데이트 하는 장면을 보면, 렌스키가 올가의 머리카락이나 옷소매를 만지작거리다가 시를 읽어주는데 올가는 따분해합니다. 렌스키는 자기 사랑에 자기가 도취되어 실제 눈앞에 있는 여성이 뭘 원하는지도 모르는 순진한 청년입니다.

화자 푸슈킨은 다릅니다. 그는 시를 써서 물오리들한테 읽어줍니다. 연인에게 읽어주는 게 아니라요. 그렇듯 무상한 것 같지만 시를 쓴다는 것, 푸슈킨이 생각하는 성숙은 이 단계까지 가는 겁니다./



3. 레르몬토프 『우리 시대의 영웅』 - 절대 고독과 자의식의 탄생

순수한 낭만주의의 전형

근대적 인간의 자의식, 주인공의 내면 묘사

주어진 삶에 만족하지 않고 그 삶 너머에 관심을 갖는 것, 그 의미에 대해 묻는 것 → 형이상학

페초린은 한 시대의 초상, 불행하고 병적인 자의식

/이런 불행한 의식은 기질적인 것일 수도 있겠지만 러시아의 경우 시대적 배경을 갖습니다. 1825년 데카브리스트 봉기 이후 니콜라이 1세는 반동의 시대를 열게 됩니다. 그러니까 사회적·정치적 분위기가 대단히 억압적으로 바뀌게 돼요.

니콜라이 1세는 비밀경찰 같은 조직을 만들고, 모든 것을 감시 대상으로 삼습니다. 창작과 출판의 경우에도 검열을 대폭 강화합니다. 이처럼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개인은 무력감을 느끼게 되죠. 사회의 개혁과 변화를 기대했다가 그것이 권력에 강제로 차단될 경우 맞닥뜨리게 되는 무력감입니다./



4. 고골 『페테르부르크 이야기』 - 웃음과 공포의 미스터리

고골 문학의 근대성 : 욕망이라는 화두를 다룸

/이때 배경이 되는 것이 관등사회, 관등 물신주의 사회입니다. 원래 계급과 위계는 사회적 관계의 산물인데, 그것을 자연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태도가 물신주의입니다. 사회적 차이나 차별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렇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물신주의입니다.

이런 체제를 수용·승인하게 되면 그냥 거기에 적응하기 쉽습니다. '왜 나는 부장이 아니고 대리인가?' 이렇게 의문을 가지게 되면 문제가 되는 겁니다. '우리는 다 똑같은 인간 아닌가?' 문제를 제기하게 됩니다. 이게 바로 욕망입니다. 욕망은 질서가 잡혀 있는 어떤 체계에 대한 도전을 함축합니다./



5. 투르게네프 『첫사랑』, 『아버지와 아들』 -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출발

표면의 작가, 스케치의 대가, 인간에 대한 에티켓

파우스트주의 : 네가 원하는 것을 하라, 그리고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권력을 얻어라, 하여 네 의지를 관철하라.

허무주의, 비판적 염세주의, 니힐리즘(파괴적인 부정)



6.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러시아적 수난과 구원의 변증법

소설의 형식미를 과감히 무너뜨리지만 그럼에도 강렬한 생명력이 있는 작품을 쓴 작가

합리주의에 대한 공박, 도스토예프스키에 따르면 합리주의는 사회주의이고, 니힐리즘이며, 이성을 믿는 무신론, 공리주의적 윤리관

1) 죄와 벌

러시아어의 '죄'라는 말은 '한 걸음을 내딛다'라는 뜻으로 영어로 하면 오버스텝(overstep)

초인사상

/'변증법' 대신 '삶'이 찾아왔다. 도스토예프스키가 라스콜니코프의 여정을 한 줄로 명징하게 요약한 겁니다. 여기서 대립하고 있는 것은 삶과 변증법이 아니라 개념의 변증법과 구체적 삶의 변증법이라고 봐요 도스토예프스키가 말하는 삶의 변증법은 인간이 구원에 이르기 위해서는 언제나 고통과 수난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헤겔식의 변증법적 논리로, 대립물의 동일성을 말합니다. 선이 곧 악이고, 악이 곧 선이다 라는 식의 논리입니다. 죄도 마찬가지로 인간이 구원받고자 할 때, 바로 선의 길로 갈 수 있는 게 아니라 항상 우회해야 한다는 겁니다. 죄와 그로 인한 고통의 단계를 거쳐야만 구원받을 수 있다는 거죠. 고통이 자기 인식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처럼, 죄를 통한 고통과 수난은 구원에 필수적입니다. 그것이 말하자면 삶의 변증법입니다./

2)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행위적 차원 : 표도르와 드미트리 사이에서 벌어진 재산권 다툼, 그루센카라는 여성을 사이에 둔 경쟁 관계

사상적 차원 : 알료샤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이반과 조시마장로의 대결

무신론에 대한 정면 도전

/'만인은 만인에게 죄인이다' 또는 '만인은 만인에게 책임이 있다' 이게 조시마 장로의 핵심 사상입니다. 한 사람이 책임지는 게 아니라 다 책임지는 겁니다. 개인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불합리하고 억울할 수 있습니다. 서구식 개인주의는 '만인은 만인에게 이리다'(토머스 홉스)라는 생각에 기초합니다. 사회계약론의 기본 사상이죠. 우리 모두가 각자에게 이리 같은 존재이기에 자연 상태는 지옥이죠. 그래서 국가라는 괴물(리바이어던)을  만들어낸다고 봅니다. 각자의 권리를 조금씩 양도해서 국가라는 괴물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복속되는 겁니다. 국가는 그렇게 만들어진 차악(次惡)의 공동체입니다. 그런데 그와는 대조적으로 도스토예프스키는 죄의식과 책임의 공동체를 유토피아로 제시한 겁니다./



7.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에고이즘과의 대립 → 확장 시, 러시아라는 나라의 정체성과 통일성의 문제로 전환

형식 논리적으로 선과 악의 이분법적 대비가 분명하며, 두 대립 사이의 화해나 동일성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음



8. 체호프 『갈매기』 - 코믹과 우수의 작가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마지막을 장식

/트레플료프의 갈매기나 트리고린의 갈매기는 다 죽은 갈매기입니다. 두 남자는 니나를 자기가 상상하는 내러티브 속의 갈매기로 고정시키고자 합니다. 하지만 죽은 갈매기거나 박제된 갈매기죠. 니나는 살아있는 갈매기, 유일하게 생명력을 가진, 실제 삶을 살아가는 갈매기입니다. 이런 상징적인 의미를 제목이 담고 있는니다. 트레플료프에게 사랑을 받고, 트리고린을 사랑했지만 버림받은 '갈매기' 니나가 어떻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드라마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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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YOUN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