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스터 장르를 즐기진 않지만 킬리언 머피 미모 감상하려고 봤는데 러닝타임이 조금 긴 영화 한 편을 본 느낌. 낮은 채도의 감각적인 영상미와 시대 배경과는 달리 현대적이고 세련된 음악 여기에 더해 섬세한 연출의 3박자가 어우러져 드라마가 참 스타일리쉬했다. 시대 설정 상 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에서의 전쟁이나 북아일랜드 분쟁과 관련한 IRA와 같은 배경 지식을 약간 필요로 하는데 킬리언 머피의 필모를 훑으며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이미 감상한 후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킬리언 머피와 함께하는 영국 역사 공부(+곧이어 개봉할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도 기대 중) 킬리언 얼굴과 목소리를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한 시즌을 끝낼 수 있을 만큼 킬리언 머피의, 킬리언 머피에 의한, 킬리언 머피를 위한 드라마라고 칭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킬리언 머피의 매력이 뿜뿜!! 킬리언 머피 목소리를 조금 더 생생하게 전해 듣기 이어폰까지 동원할 정도로 저음의 허스키 보이스가 너무 매력적이었어ㅠㅠ 드라마의 미스터 쉘비 부분만 음성 추출해서 밤마다 들을까 진심으로 고민 중.
하지만 이러한 점과는 별개로 극의 전개나 캐릭터들은 조금 느슨하고 허술한 부분이 없지 않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요소는 단연 그레이스라고 자신있게 외칠 수 있어. 물론 범죄조직의 리더로서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살아가는 토미가 자신과는 정반대의 좋은 집안에서 중상류층 교육을 받은 듯한 그레이스에게 속절없이 빠질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그레이스가 너무 매력이 없잖아!!! 제발 노래에 대한 집착 좀 버려주면 안되겠니?? 캐릭터가 매력이 없으니 드라마에서도 그레이스는 뭔가 주변에 어우러지지 못한 채 붕- 뜨는 것 같고. 시즌1에 비해 시즌2는 쉘비 가문의 야심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 긴장감이 떨어졌지만 오히려 드라마에 더 빠져들어 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레이스의 등장이 시즌 후반에 이루어졌기 때문일거야. 그리고 토미가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이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 점도 조금 아쉬운데 시즌1의 빌리 킴버나 시즌2의 사비니를 허무할 정도로 손쉽게 해결해버려. 무엇보다 시즌을 통틀어 토미와 대적하는 캠벨 경감이..... 사실 드라마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기 위해서는 주인공과 그를 사사건건 방해하는 인물과의 갈등 구도가 크게 작용하는데 피키 블라인더스에서는 어느 범죄 조직의 리더보다 부패한 인물이 캠벨 경감임ㅋㅋㅋ 하는 짓 보고 있으면 진상 of 진상. 처음 등장할 때만 하더라도 한껏 정의로운 척 경찰들 앞에서 피키 블라인더스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경찰들의 비리 척결을 외치더니 그레이스한테 차이고 난 이후로 토미에게 질투하는 모습이 정말 찌질해서 못 봐줄 정도.
그럼에도 토미 쉘비의 치명적인 매력에 포로가 된 나는 얼마 전 종영한 시즌3도 기꺼이 보게 될테지. 캠벨 경감은 시즌2에서 굿바이 했고, 스포로 접한 바에 따르면 결국 그레이스와는 해피엔딩을 맞이한 듯 하지만(ha...) 우리 형, 우리 동생!!을 외치며 의외로 형제애가 끈끈한 쉘비 형제들도 계속해서 보고 싶고. 시즌2에서 새롭게 등장한 폴리 고모의 아들, 마이클이 머리도 꽤나 굴러가고 야심만만해서 어둠의 조직에서 벗어나 합법적인 사업으로 내딛으려는 피키 블라인더스에 토미를 도와 이끌어 나갈 것 같아 한껏 기대 중. 드디어 피키 블라인더스에 토미를 제외하고 몸이 먼저가 아닌 머리를 쓸 것 같은 남자 캐릭터가 나왔어요ㅠㅠ 시즌3를 그냥 유튜브에서 대충 영어 들리는대로 볼까 싶기도 하고 자막을 기다려볼까 싶기도 하고 고민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