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에서 느꼈던 명작의 기운은 어디로 날아갔지. 초반에는 인터뷰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전환하며 궁금증을 유발하는 전개 방식과 전체적으로 흩뿌려둔 비유나 암시가 워낙 많아서 안개가 자욱한 숲을 헤매고 있는 듯 했다. 마치 황량한 벌판 같은 느낌이었달까. 무척이나 현학적인 대사와 인간의 심연을 중점적으로 다뤄서 종종 철학적인 문학 작품을 읽는 듯한 인상이었는데 결국엔 이러한 지나친 의미 부여가 오히려 극을 망친 것 같다. 결말의 갑작스러운 낙관주의에는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할 정도였어. 어둠과 빛이 뭐???ㅎ...


러스트와 마티는 드라마가 전개되는 동안 케미가 1도 없었는데 내가 본 수사 드라마 중에서 파트너 간에 최소한의 신뢰와 배려도 없는 유일한 캐릭터들이었던 것 같다. 그들은 real 비지니스적 관계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둘의 조합은 (앞에서)미친 놈x(뒤에서)쓰레기 같은 놈이라 어떤 의미로 파트너십은 찰떡궁합이었지만 말이야. 중반부에 러스트가 마약상 터는 에피소드로 긴장감과 흡입력이 최고조에 다다르긴 했지만 그땐 몰랐죠, 그것이 이 드라마가 터뜨린 마지막 불꽃이 될 줄은. 마침내 베일을 벗은 실체는 앞서 말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허상으로 쌓아올린 텅 빈 모래성에 불과했다. 이건 마치 이론이나 연구과정에 치중한 나머지 결론은 도출해내지 못한 논문을 보는 기분이랄까.


비관을 넘어 존재론적 허무주의까지, 염세주의의 끝을 달렸던 러스트지만 나도 한 비관주의 해서 그 견해나 신념에 꽤나 공감을 했건만 부질없는 짓이었군. 우리의 인생은 결국 같은 것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는 영원회귀와 무한의 우로보로스를 통해 허무주의를 설파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결국엔 다 개소리였습니다!! 한껏 무게를 잡으며 궤변을 자꾸 늘어놓는데 정작 알맹이가 없달까. 온갖 화려한 미사여구의 대사들에 비해 다루는 내용은 얄팍하기 그지없다.


이 드라마 내게 남긴 것 : 매튜 맥커너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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