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페렉 (프랑스)

소설|펭귄클래식코리아|2011

*Les Choses: Une histoire des annees soixante

★★★★




그들의 세계에서 살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많이 갈망하는 것은 어떤 법칙에 가까웠다. 이렇게 만든 것은 그들이 아니었다. 그것은 현대 문명의 법칙이었고, 광고, 잡지, 진열장, 거리의 볼거리, 소위 문화 상품이라고 불리는 총체가 이 법에 전적으로 순응하고 있었다. 그 이후로 가끔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것은 그들의 잘못이었다. 사소한 굴욕, 즉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물건값을 물어보거나, 머뭇거리면서 값을 깎아보려 하고, 상점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진열장만 기웃거리거나, 갖고 싶어 하고, 쩨쩨해 보이는 것을 감수하며 흥정을 했다. 조금 싸게 사거나 헐값에, 또는 거의 헐값에 가깝게 사기라도 하면 뿌듯해했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 가장 멋지고 완벽해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을 물건을 단번에 흥정도 하지 않고 거의 홀린 듯이 아주 비싼 값을 치르고 샀을 때 더 우쭐했다. 이들이 갖는 수치심과 오만함은 같은 성격이어서 같은 환멸, 같은 분노를 내포하고 있었다. 온종일 사방에서 슬로건, 포스터, 네온사인, 불 밝힌 진열장이 그들의 머릿속에 자신들이 늘 사다리의 아래에 있다고, 언제나 사다리의 너무 낮은 곳에 있다고 세뇌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사실을 잘 깨닫고 있었다. 한술 더 떠, 가장 나쁜 몫이 아닌 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47p



그들은 바보였다. 아, 얼마나 수없이 되뇌었던가. 자신들이 바보 같다고, 틀렸다고, 악착같이 달려들고, 기어오르는 다른 사람들보다 정신을 덜 차렸다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보내는 날들, 게으름 피우며 눈뜨는 아침, 침대 한 쪽에 추리소설과 공상과학 소설책을 쌓아놓고 뒹구는 아침나절, 한밤중에 센 강변을 따라 걷는 산책, 문득 가슴 벅차게 차오르는 자유의 느낌, 지방으로 설문 조사를 나설 때마다 드는 휴가 기분을 사랑했다. -62p



실비는 수업을 하며 학생들에게 질문하고, 숙제를 고쳤다. 제롬은 시립 도서관에 가서 손에 잡히는 대로 보르헤스나 트루아야, 제라파의 책을 읽었다. 그들은 작은 식당에 가서 거의 매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했다. 참치 샐러드, 빵가루 씌워 튀긴 에스칼로프, 꼬치구이, 노르스름하게 구운 생선, 과일을 먹었다. 레장스 카페에 가서 시원한 물이 딸려 나오는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신문 한 뭉치를 읽고 영화를 보고 거리를 쏘다녔다.

그들의 삶은 마치 고요한 권태처럼 아주 길어진 습관 같았다. 아무것도 없지 않은 삶. -119p



수단은 결과와 마찬가지로 진리의 일부이다. 진리의 추구는 그 자체로 진실해야 한다. 진실한 추구란 각 단계가 결과로 수렴된 수단의 진실성을 의미한다. - 카를 마르크스


47
MYOYOUN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