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영국 귀족 가문을 배경으로 그들의 삶과 사랑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마치 제인 오스틴의 책을 읽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역시 영드의 시대물 영상미는 감탄을 자아낼 수 밖에 없었는데 소품 하나, 의상 하나 모든 것이 고풍스러웠음. 여타 드라마와 비교해 등장인물들의 수가 많지만 워낙에 확실한 캐릭터성으로 인해 단 2화만으로 얼굴과 이름을 매치시킬 수 있었는데 여기에는 패딩턴의 아빠와 원스어폰어타임의 데보라, 맥고나걸 교수님과 같이 영화와 드라마에서 이미 접한 바 있어 눈에 익은 배우들이 많았다는 것도 크게 작용한 듯 하다.


시즌 1에서만 하더라도 도도한 귀족 자제의 전형을 보여주는 메리가 다소 재수없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 않았는데 시즌 2에 들어서서는 아들이 없는 백작 부부의 첫째 딸로 살아가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럼에도 한없이 당당한 모습을 잃지 않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메리의 행복을 간절히 바랐던 것 같다. 하지만 사실 나의 최애 캐릭터는 단연 바이올렛 할머니!! 노부인으로서의 고고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때때로 보여주시는 열린 사고방식은 놀라울 정도였다. 이미 일어난 일에 개의치 않고 스캔들을 최소화하기 위한 타협력과 변화하는 시대에 대한 적응력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하시는 듯. 처음 등장하실 때는 '주말'이라는 단어조차 모르셨는데 말이야.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나 또한 다운튼의 일원이 되어 그들과 발맞춰 시대를 헤쳐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전해준다는 점이다. 물론 크나큰 갈등 없이 스토리가 전개된다는 점에서 드라마적 재미는 다소 떨어질 수 있으나 생생히 결이 살아있는 지난 역사 속 그들의 삶이 자꾸만 궁금해진다. 앞으로 계속 될 파란만장한 시대적 흐름과 운명 속에서 부디 다운튼 가의 모든 이들에게 축복만이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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