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폴 사르트르 (프랑스)

소설|문예출판사|1999

*La Nause'e

★★★★★




하기야 그렇다. 그는 그 모든 것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증명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우리가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로르봉에 관한 이야기도 사실에 관련된 온당한 가설일 따름이다. 이 가설은 나에게서 나온 것이며, 내가 얻은 지식을 종합하기 위한 방법에 불과하다. 로르봉 측에서는 한 가닥 빛도 오지 않는다. 사실들은 느리고 게으르고 음침하여 내가 부여하고자 하는 엄격한 체계에 들어맞기는 한다. 그러나 로르봉은 그 사실과 외면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나는 순전히 상상적인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차라리 소설의 인물들이 더 진실해 보일 것이라고, 적어도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32p



나는 미래를 '본다'―미래는 거기에, 길 위에 놓여 현재보다 약한 희미할락 말락 할 뿐이다. 미래가 실현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실현되어보았자 무엇이 더 보태질 것인가? 노파는 약간 절림거리면서, 또박또박 걸으면서 멀어진다. 그 노파는 선다. 목도리에서 삐죽 솟은 흰 머리칼을 잡아당긴다. 노파는 걷는다. 그 노파는 저기에 있었는데, 지금은 여기에 있다…. 나는 내가 현재에 있는지 미래에 있는지 알 수 없어졌다. 나는 그 노파의 동작을 보고 있는 것일까? 그 노파의 동작을 '예견'하고 있는 것일까? 이제 나는 미래와 현재를 구별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계속된다.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 노파는 쓸쓸한 거리를 전진한다. 커다란 남자 신발을 옮기고 있다. 이것이 바로 시간이란 것이다. 순수한 시간이다. 그것은 서서히 인간 존재에게로 다가온다. 그것은 기다려지고, 그리고 그것이 닥쳐오면 사람들은 답답해진다.  왜냐하면 그것이 오래전부터 거기에 있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노파는 길모퉁이에 가까이 간다. 그 노파는 이미 검고 작은 헝겊 뭉치에 불과하다. 그렇다. 그것은 새로운 일이다. 조금 전에는 노파가 거기에 없었다. 그건 그렇다. 하지만 그것은 퇴색하고 케케묵은 새로운 것이어서 절대로 사람을 놀라게 할 수는 없다. 노파는 길모퉁이를 돌려고 한다. 돈다―영원의 시간 속을. -64p



나는 '속성'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바다가 초록색 물건의 계급에 속해 있다고, 또는 초록색이 바다의 성질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물을 바라보고 있을 때조차도, 그것이 존재한다는 생각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물은 무슨 장치처럼 보였다. 나는 그것들의 저항을 예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표면을 스쳐갔다. 만약 존재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누가 나에게 물었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들은 외부로부터 와서 사물의 성질에 아무런 변화도 주지 못한 채로 부가되는 공허한 형체일 뿐이다, 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러던 것이 이젠 달라져버린 것이다. 갑자기 그것은 거기에 있었다. 대낮처럼 분명했다. 존재가 갑자기 탈을 벗은 것이다. 그것은 추상적 범주에 속하는 무해한 자기의 모습을 잃었다. 그것은 사물의 반죽 그 자체이며, 그 나무의 뿌리는 존재 안에서 반죽된 것이다. 또는 차라리 뿌리며, 공원의 울타리며, 의자며, 드문 잔디밭의 잔디며,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사물의 다양성, 그것들의 개성은 하나의 외관, 하나의 칠에 불과했다. 그 칠이 녹은 것이다. 괴상하고 연한 것의 무질서한 덩어리―헐벗은, 무섭고 추잡한 나체만이 남아 있었다. -238p



그리고 '나'도―힘 없고, 피곤하고, 추잡하고, 음식을 삭이며, 우울한 생각을 되씹고 있는― '나 역시 여분의 존재였다.' 다행히도 나는 그것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특히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느끼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에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지금도 나는 그것이 두렵다―나는 그것에 뒷덜미를 잡혀서, 높은 파도처럼 들어올려지지나 않을까 두렵다). 그 여분의 존재를 최소한 하나라도 말소시키기 위해서 자살이나 할까 막연히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나의 죽음 자체가 여분이었을 것이다. 나의 시체도, 그 미소하는 정원 깊숙이, 이 조약돌 위, 풀 사이에 흐를 피도 여분이다. 그리고 썩은 육체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땅속에서도 여분의 것이며, 또 깨끗이 씻기고, 껍질이 벗겨지고, 이빨처럼 깨끗하고 청결한 나의 뼈도 여분의 것이었으리라. 나는 영원히 여분의 존재였다. -240p


인간존재----------사물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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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존재                        즉자존재    ⇒    존재론적 관계를 현상학적으로 기술하는 것 → '존재와 무'의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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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타자 : 존재의 제 3영역으로 '나'에 대하여 대타적인 존재 ← 수치심/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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