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미의 미모를 감상하기 위해 이 드라마를 봤습니다. 소타 진짜 호구 of 호구인데 사토미 얼굴이랑 행동을 보고 있으면 여자인 나도 아, 그래 저 정도면 어쩔 수 없지...!! 하고 인정하게 되는걸. 그리고 아니 뭐 이런 것들이 다 있지, 라고 욕하다가도 질척질척한 감정 표현이나 뛰어난 상황 묘사로 인해 마치 소타가 사에코상에게 홀린 것처럼 드라마에 빠져드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래서 사람들이 막장 드라마를 보는 걸까 싶기도 하고, 정말 농약 같은 드라마야. 7화 쯤에서 소타가 에레나와 해피엔딩 하는 것으로 끝났다면 보는 시청자도, 드라마 속 인물들에게도 최선의 결말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뭐 애초에 소재 자체가 그러한 선택지를 원천봉쇄하고 있으니. 결국 이 드라마 남긴 것은 사토미의 미모 갱신과 탐스러운 초콜릿들, 치명적인 분위기를 내뿜는 bgm 뿐이야.
회를 거듭할수록 사에코상에 대한 소타의 환상이 너무나 크다는 것에서 요정 사에코상은 소타의 망상 속에만 존재할 뿐인게 아닐까, 싶었는데 후반에 이르러 소타가 그 모든 것은 '나를 위해서' 였음을 깨닫는 장면에서 원작이 순정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남성적 시선으로 이루어진 드라마라는 것이 조금 의외였다. 한국에 건축학개론의 서연이, 대만에 그 시절의 션자이가 있다면 일본에는 실연쇼코의 사에코상이 있구나. 아아, 세상 모든 남자들의 추억 속 첫사랑이란 결국 자기들 멋대로 만들어 낸 환상에 불과하다는 걸 도대체 언제쯤이면 깨달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