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세상의 끝 (Juste la fin du monde)

2017.01.19(목) 18:10~19:59

롯데시네마 광복

★★


자아성찰과 자기복제도 어지간해야지. 어디서 많이 본 인물 설정과 스토리라고 생각했더니 이전 작품들의 짜집기? 단순한 플롯과 반복되는 구성은 흡사 도돌이표처럼 제자리를 맴돌고, 마지막 엔딩 크레딧의 OST는 자아도취의 극에 달한 느낌이었다. 기승전결의 승과 전은 건너뛴 채 영화에는 오로지 서론과 결론만이 존재하고, 인물들은 저마다 자기감정에 빠져있거나 감정의 과잉 및 분출만을 드러낼 뿐이다. 전작인 '마미'에서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이 영화에서는 모두 크나큰 단점으로 부각되었다. 별거 없는 스토리를 영상미와 음악으로 치장하려 애썼지만 그마저도 실패했어. 서른이 된 내가 사춘기 시절 적었던 글을 보면 이런 느낌일가 싶기도 하고, 초라한 그림을 한껏 예쁘게 꾸미려고 크레파스를 덧칠한 유치원생의 스케치북을 본 것 같기도 하고. 돌란 감독의 작품을 차례대로 마미(4), 로렌스 애니웨이(2.5), 단지 세상의 끝(2)로 평했는데 돌이켜보면 마미를 인상깊게 봤던 이유는 돌란 감독의 작품들 중 가장 먼저 접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꾸준히 다작을 하는 감독이지만 필모그래피 중에서 엄마/게이에 해당하는 작품들을 하나씩만 보면 그의 영화세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47
MYOYOUN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