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 노통브 (프랑스)
소설|문학세계사|2015
*Metaphysique des tubes
★★★☆
시선은 선택이다. 뭔가를 응시한다는 것은 거기에 시선을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시야의 나머지 부분은 관심 범위에서 제외하겠다는 뜻이 담기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생명의 본질인 시선은 무엇보다, 거부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거부한다는 뜻이다. 무엇이든 다 받아들이는 사람은 세면대에 난 구멍만큼밖에 생명력이 없다. 살아 있기 위해서는, 엄마와 천장을 동일선상에 놓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엄마와 천장 중에서 관심의 대상을 정하기 위해서는, 둘 중의 하나는 거부해야 한다. 유일하게 나쁜 선택이 바로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이다.
신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것도 거부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 있지 않았다. -20p
죽음, 나는 이 문제를 아주 가까이서 관찰했다. 죽음, 그건 천장이었다. 자기 자신보다 천장을 더 잘 알면, 죽은 것이다. 천장은 눈이 올라가지 못하게, 생각이 비상하지 못하게 막는다. 천장은 지하 납골당이다. 뇌의 뚜껑이다. 죽음이 찾아오면, 우리들의 두개골 냄비 위에 거대한 뚜껑이 덮인다. -58p
넌 뭐 다른 거라도 되는 줄 아냐? 너도 파이프에서 나온 파이프야. 너는, 근래에는, 진화한다는, 생각하는 물질이 되고 있다는 우쭐한 기분을 느꼈지. 별볼일 없어. 잉어의 입에 네 상스러운 모습이 투영되는 게 아니면, 무엇 때문에 네가 이토록 언짢아하겠어? 넌 파이프고, 다시 파이프가 될 존재라는 걸 잊지 마.
…그러니까 보라고. 두 눈으로 똑똑히 보라고. 네가 보고 있는 막(膜), 창자, 바닥이 없어서 끝없이 채워줘야 하는 구멍, 이게 바로 삶이야. 삼키고 나서도 텅 비어 있는 이 호스가 바로 삶이란 말이야. -17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