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것들 (L’avenir)
2016.09.29(수) 18:50~20:32
영화의 전당, 소극장
★★★☆
빠른 전개에 따라 철학교사, 아내, 어머니, 딸로서의 나탈리에 대한 심도있는 표현이 부족했던 것 같다. 오히려 선택적 집중에 따라 한 가지 역할만을 부각시키는게 좋지 않았을까. 또한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후로는 영화가 전체적으로 활력을 잃은 듯한 느낌이었다. 모든 것이 떠나갔음에도 진리를 탐구하는 철학교사로서 홀로 당당히 삶을 살아가는 진취적인 모습이나 새로운 시작을 기대했는데 흘러가는 세월은 시대의 지성인조차 현실에 안주하게 만든다는 명확한 사실이 너무나도 씁쓸했다. 하지만 그런 나탈리의 모습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겠지. 영화는 전체적으로 현실적이었지만 단 한 부분, 옛 제자인 파비앙이라는 인물과 그가 책을 집필하는 장소는 유토피아와 같은 공간으로 그려졌는데 이와 관련해 미아 한센-러브 감독이 그리는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에 대한 영화가 궁금해졌다. 영화를 보는 내내 파비앙과의 관계에서 무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보란 듯이 빗나가는 결말은 역시 프랑스 영화라고 외칠만큼 만족스러웠다. 또한 남편과 어머니라는 존재의 상실이 손자의 탄생으로 충족되는 것에서 결국 떠나간 무언가는 그 모습과 형태만을 바꾼 채 새로운 무언가로 대체되어 계속해서 우리의 인생에 중대한 영향력을 끼치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되었다. 무엇보다 나탈리를 집요하지만 담담한 눈길로 바라보는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과 세월의 흔적을 가감없이 드러냈음에도 그 모습조차 아름다웠던 이자벨 위페르의 화면 장악력에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