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베른하르트 (독일)

소설|문학동네|2011

*(Der)untergeher

★★★




존재한다는 건 돌려 말하면 이런 거잖아, 우리는 절망한다, 베르트하이머는 이렇게 말했다. 눈을 뜨면 나 자신이 혐오스럽고 앞으로 닥칠 일들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쳐, 자려고 누우면 죽어서 다시는 깨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소원밖에 없는데 그러다가 다시 눈을 뜨고,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된 지 벌써 50년이 됐어, 라고 베르트하이머는 말했다. 50년 동안 오직 죽기만을 바랐지만 아직도 살아 있고, 그걸 어떻게든 바꿔볼 수 없는 건 순전히 우리에게 철두철미한 일관성이 없어서라고 생각해보면 말이야, 라고 베르트하이머는 말했다. 그건 우리가 비참함과 비열함 그 자체이기 때문이야, 라고 그는 말했다. -49p



우리는 늘 아는 것이 하나도 없고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출발하잖아, 라던 그의 말이 생각났다. 무엇인가에 접근하려는 순간 우리는 각 분야마다 주어진 어마어마한 자료에 빠져 질식하고 말지, 라던 그의 말이 생각났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정신적 문제'에 거듭 다가가고 불가능 한 일, 즉 정신적 산물을 만들려고 시도하지, 이 얼마나 정신 나간 짓이야! 라던 그가 생각났다. -67p



*아포리즘(aphorism) :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 격언, 금언, 잠언 따위를 이른다.

*바흐 - 골드베르크 변주곡 / 글렌 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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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YOUN SKIN